원가 구조 분석 · 전용 84㎡

10억 중 콘크리트값은
3.5억입니다.

나머지 6.6억은 땅값입니다. 그리고 콘크리트는 낡지만 땅은 낡지 않습니다. 이 구분이 이 집의 30년을 결정합니다.

먼저 불리한 사실

"폭리"라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습니다

원가 분석을 시작하기 전에, 이 단지의 성격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. 여기서 잘못 짚으면 나머지 논리가 다 무너집니다.

입주자모집공고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. "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민영주택". 즉 이 10.1억은 시행사가 마음대로 부른 값이 아니라, 택지비 + 기본형건축비 + 가산비를 지자체 분양가심사위원회가 심사해서 나온 상한선입니다.

따라서 "건설사가 폭리를 취해서 거품이다"라는 방향으로는 설득할 수 없습니다. 상대가 "분양가상한제 단지인데요?"라고 한마디만 하면 논리가 끝납니다.

대신 원가를 뜯어보면 훨씬 강한 이야기가 나옵니다. 문제는 가격이 부당하다는 게 아니라, 그 가격의 3분의 2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느냐입니다.

구조

10억을 두 덩어리로 가르면

분양가상한제 산식은 단순합니다. 땅값과 건물값. 전용 84㎡(공급면적 113.9㎡) 기준으로 추정한 결과입니다.

34.4%
건물값 — 콘크리트·철근·인건비약 3.5억
지상층 2.44억 + 지하·주차장 0.72억 + 가산비 0.32억
65.6%
땅값 — 이 위치에 대한 값약 6.6억
공공택지 공급가 + 택지 가산비 · 실체가 아니라 평가액
분양가10.1억
평당 분양가
2,931만
공급면적 34.45평 기준
평당 건물값
1,010만
기본형건축비 214만원/㎡ 적용
평당 땅값
1,922만
역산 추정치

계산 근거: 2025년 3월 고시 기본형건축비 214만원/㎡(16~25층, 전용 60~85㎡ 지상층 기준)를 공급면적 113.9㎡에 적용. 지하층은 계약면적과 공급면적의 차이(80.5㎡)에 추정 단가를 적용했고, 건축 가산비는 지상층의 13%로 가정했습니다. 택지비는 분양가에서 건축비를 뺀 역산값이며, 실제 공시된 금액이 아닙니다. 정확한 수치는 입주자모집공고문의 분양가격 공시표에 항목별로 나와 있습니다.

핵심

콘크리트는 낡고, 땅은 안 낡습니다

이 구분이 왜 중요한지가 이 분석의 전부입니다.

건물값 3.5억
실체 있음
→ 소멸

만질 수 있지만 사라집니다

철근, 콘크리트, 창호, 인건비. 실제로 존재하는 물건입니다. 지금 이 값은 정당합니다.

다만 30년이 지나면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는 나이가 됩니다. 회계상 내용연수를 넘기고, 실질 잔존가치는 크게 줄어듭니다.

땅값 6.6억
실체 없음
→ 존속

사라지지 않지만 실체도 없습니다

땅 자체는 낡지 않습니다. 다만 그 값 6.6억은 흙의 원가가 아니라 "이 위치가 앞으로 이만큼 가치 있을 것"이라는 평가입니다.

평가는 기대에 기반합니다. 신분당선이 무산되거나 수요가 빠지면, 흙은 그대로인데 값만 줄어듭니다.

2028년 입주
건물 3.5억
땅 6.6억
→
30년 후 · 2058년
건물 — 대부분 소멸
땅 — 값은 기대에 달림

30년 뒤 본전선 15.4억을 여기 대입하면 이렇게 됩니다. 건물값이 거의 남지 않는다고 보면, 땅값 하나가 6.6억에서 15.4억으로 2.33배가 되어야 합니다. 연평균 2.85%입니다.

건물 잔존가치를 20% 남겨줘도 땅값이 14.7억, 연 2.70%가 필요합니다. 앞서 계산한 "전체 가격 기준 연 1.42%"보다 거의 두 배 엄격한 기준입니다. 건물이 낡는 몫까지 땅값이 대신 채워야 하기 때문입니다.

타이밍

가장 비쌀 때 지어진 집을 사는 겁니다

건물값 3.5억이 정당하다는 건, 지금 그만큼 든다는 뜻입니다. 문제는 "지금"이 어떤 시점이냐입니다.

2023.03194만
2024.03203.8만
2024.09210.6만
2025.03214만
2025.09217.4만
2026.03222만

국토교통부 기본형건축비 정기고시(㎡당, 16~25층·전용 60~85㎡ 지상층 기준). 붉은 막대가 이 단지 2차에 적용된 시점입니다.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3년 새 14.3% 상승했습니다.

레미콘 등 자재비와 노무비 인상이 그대로 반영되면서 건축비가 계속 올랐습니다. 우리는 건설 원가가 역대 최고 수준일 때 지어진 집을 사는 겁니다.

여기가 핵심입니다. 미래의 매수자는 우리가 지불한 원가를 보상해줄 의무가 없습니다. 2050년대에 이 집을 살 사람은 "2025년에 레미콘값이 비쌌으니 더 쳐드릴게요"라고 하지 않습니다. 그때의 시세로 살 뿐입니다.

원가가 높으면 분양가가 높아지지만, 높은 원가가 높은 자산가치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. 이 둘 사이의 간격이 우리가 지는 위험입니다.

표현 정리

"거품"이 아니라 이렇게 말해야 정확합니다

단어를 잘못 고르면 반박당합니다. 같은 내용을 방어 가능한 표현으로 바꿉니다.

피할 표현대신 이렇게
"분양가에 거품이 껴 있다" "가격의 66%가 기대에 기반한 땅값이다"
분양가상한제 단지라 폭리 주장은 반박당함
"건설사가 비싸게 받는다" "건설 원가 고점에 지어진 집을 사는 것이다"
3년 새 건축비 14.3% 상승은 사실
"나중에 떨어질 것이다" "건물이 낡는 몫까지 땅값이 채워야 본전이다"
땅값 단독으로 연 2.85% 상승 필요

이 표현들의 장점은 반박이 어렵다는 것입니다. 전부 공시 자료와 산수에서 나옵니다. "거품"은 감정 섞인 판단이라 논쟁이 되지만, "가격의 3분의 2가 땅값이고 건물은 30년 뒤 낡는다"는 건 그냥 사실입니다.

확인

실제 숫자를 보는 법

위 구성비는 제 추정치입니다. 정확한 값은 공개돼 있습니다.

분양가상한제 단지는 입주자모집공고문에 분양가격을 항목별로 공시해야 합니다. 택지비, 택지 가산비, 공사비, 간접비, 그 밖의 가산비가 표로 실려 있습니다. 모델하우스나 분양 홈페이지에서 공고문 PDF를 받아 뒷부분을 보면 됩니다.

거기서 확인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. 첫째, 택지비가 실제로 6.6억 수준인가. 제 추정보다 낮다면 건축 가산비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고, 그건 또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. 둘째, 가산비 항목이 얼마나 붙었는가. 분양가상한제에서 시행사가 재량을 발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칸입니다.

정리하면 이렇습니다. 이 10.1억은 부당한 가격은 아닙니다. 다만 그 안에서 시간이 지나도 남는 부분은 6.6억뿐이고, 그 6.6억은 실체가 아니라 이 위치에 대한 합의입니다.

30년 뒤 우리가 파는 건 아파트가 아니라 이목동 땅 한 조각과 낡은 건물입니다. 그 땅 조각이 그때 14억 이상으로 평가받을 것인가 — 이게 실제로 우리가 거는 베팅의 내용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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